아내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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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 입력 : 2020. 11.04(수) 10:14
  • 국민환경방송
온 영 두 /(원광대 교수, 문학, 경영학박사)
[국민환경방송] 어느 날 어떤 지인이 메일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읽고 눈시울이 시큼했습니다. 살아가면서 안타까운 사연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느꼈지요. 사소한 사연이지만 살아가면서 공감할 수 있고, 자신들도 이러한 환경에 처할 수도 있으리라 느끼면서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당사자는 4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7살 된 남자아이와 함께 사는 아빠로 아이에게 세 번의 매를 든 사연입니다.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갑작스런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못 챙겨주어 마음이 허전하여 하루를 보내고 늦게 돌아와 침대에 벌렁 누웠는데 순간..... "푹 - 슈 ~ "소리를 내며 손가락만하게 불어터진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졌습니다. 펄펄 끓은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기가 막혀 일어난 과정은 무시하고 아이를 불러 마구 때렸습니다. 계속 때리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이 울면서 한 한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평소에 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면 안 된다는 말에 보일러 온도를 높여 목욕으로 하고 그 데워진 물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리려고 식지 않게 이불로 덮어 놓았는데, 아빠 올 때 너무 반가워 깜빡 잊었다는 것입니다. ........ 아들 앞에서 우는 것이 싫어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든 아이 방문에 오랫동안 머리를 기대어 넋 놓고 서 있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조퇴를 하고 집에 와도 아이가 없었습니다. 엄마 없는 아이를 부르며 애타게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놈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서 집으로 와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한 마디 변명도 않고 잘못을 빌더군요.

크리스마스 즈음 어느 날 회사에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우표도 없이 편지 300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끼친다고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시는 들지 않으려 했던 매를 또 다시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변명 않고 잘못했다는 소리 뿐. 이후 우체국에서 편지 모두를 가지고 와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하늘나라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라고. 순간 울컥 나의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바로 앞에 있어 울음을 참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꺼번에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편지를 써왔는데 우체통보다 키가 작아 써오기만 하다가 요즘 들어 다시 재보니 우체통에 손이 닿으니까 그동안 써온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철없다고 하기 전에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참 막막했습니다. 얼마 후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까 편지를 써서 불에 태워 하늘로 올려 보내자고 그리고는 그 편지를 가지고 밖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태우기 전 편지 하나를 읽어 보았습니다.

- 보고 싶은 엄마에게! -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 그런데 나는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 생각할까봐 아빠한테 얘기 안 했어. 아빠가 나를 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 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그래서 날 아빠가 마구 때렸는데도 난 끝까지 얘기 안 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거 본다! 근데 나, 엄마 생각 이제 안 나..... 아니..... 엄마 얼굴이 생각이 안 나.... 엄마 나 꿈에 한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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