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삶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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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삶이었으면
  • 입력 : 2020. 11.04(수) 10:04
  • 국민환경방송
김혜영(김령)/ 광주제일고 교사, 시인
[국민환경방송]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끝나고 6월 8일부터 초등 5,6학년까지 개학하여 학교 등교 문제는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등교한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마스크 착용을 하고 친구들과 떨어져 앉아 수업을 하고, 교사들 역시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발열체크부터 급식지도까지 어려운 점이 많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입시에 직결되는 수행평가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학생도 교사도 매우 어려운 시기이다. 대학진학률이 2009년에 80%대에 육박하고 지금은 떨어졌다고는 해도 70%가까이 된다. 전문계고 학생들 역시 대학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럴 필요가 있느니 마느니는 오늘은 논외로 하고 싶다.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늘 미래를 위한 준비의 시간을 산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에 가서 앞서가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선행학습을 한다. 그보다 앞서 초등학교 다니면서는 중학교 때, 혹은 대학에 가기 위해 기본기라고 생각하는 독서를 하고 영어 학원을 다니고 컴퓨터 자격증을 딴다. 그것도 모자라 요즘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진로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생활기록부에 일관성 있게 기록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학교 때 이미 진로를 결정해두어야 한다. 어쩌다 이렇게 쉴 틈이 없어졌을까? 어쩌다 이렇게 해야 할 일만 많아졌을까?

“중3 때, 초겨울이었는데요, 시험기간이라 밤 늦게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바람이 아주 상쾌하게 부는 거예요. 그 순간 너무 기분이 좋고 가슴이 벅찼어요.”

수업 시간에 자유주제로 발표를 시켰을 때 한 아이가 했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지금 이 순간, 현존을 느꼈던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 지금 이 순간만이 삶이다’는 말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깨닫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직접 깨닫게 되면 삶이 달라진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은연 중 그 모든 것들을 무조건 중간고사 이후로 대학 입시 이후로 미루는 걸 강요하는 건 아닐까? 대학에서까지도 또 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만 하는 준비기간을 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요즈음 ‘소확행’이나 ‘욜로’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무엇이든 미래를 위해 참고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왔던 앞선 세대와는 달리, 휴일에 맛집을 찾아다닌다든가, 잠시 거주하는 원룸이지만 자신만의 취향으로 소소한 인테리어를 하는 것들, 그리고 퇴근 후에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치킨에 맥주 한잔 하는 식의 아주 작지만 확실하게 행복을 주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것들을 추구하게 된 배경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도 다른 시기를 위한 준비기간일 수만은 없고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미뤄둔 욕구나 욕망은 당장은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터져 나오게 되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매 순간 지금 주어진 시간을 살았으면 좋겠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미래의 삶을 계획하고 노력하면서도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 발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평생 비정규직으로 전전하게 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도록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그래서 문화전당 하늘 정원 잔디밭에서 여름밤에 친구들이랑 치킨을 시켜 먹는 여유, 수다를 떨며 가을 숲길을 걷는 여유, 땀 흘리며 방과 후에 축구를 하는 여유 정도는 가졌으면 좋겠다. 가을 달밤에 달이 얼마나 밝고 맑은지, 하늘은 얼마나 파란지 한번쯤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단 한번 뿐인 삶을 사는, 지금 이 순간만을 살 수 있는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았으면 좋겠다.
국민환경방송 kmetv8114@nav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