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참사 현장 나뒹구는 석면 폐기물…엉터리 철거"

건설
"붕괴 참사 현장 나뒹구는 석면 폐기물…엉터리 철거"
환경단체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4구역 현장 조사 발표
50㎝ 규모 석면 조각도 방치, "총체적 부실 철거" 주장
감리·노동청 '책임론'…"석면먼지 날림 우려…조사 시급"
  • 입력 : 2021. 06.24(목) 14:50
  • 강희원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4구역 건물 붕괴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지에서 나온 1급 발암물질 석면슬레이트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2021.06.17
[국민환경방송 강희원 기자] 17명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붕괴 참사 현장을 조사한 지역 환경단체가 석면 잔재물이 곳곳에 무더기로 방치돼 있었다며 감리·행정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이날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동 재개발 4구역 현장 석면 조사' 결과 등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붕괴 참사 이후 9일 만인 지난 17일 현장 곳곳에서 채취한 석면 의심 건축 폐기물 7개 조각에 대한 성분 분석을 공인 기관에 의뢰했다.

분석 결과 석면 종류의 하나인 '백석면'이 고농도에 해당하는 11~14% 수준으로 검출됐다.

해당 폐기물 7개 조각은 발견 당시 대부분 일반건축물을 해체하고 나온 폐기물과 뒤섞인 채 방치돼 있었고, 일부는 해체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건축물에서 확인됐다. 길이 50㎝에 이르는 대형 석면 폐기물도 현장에서 나왔다.

단체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은 석면을 비롯한 각종 철거가 불법, 탈법인 엉터리였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광주 동구·고용노동부에 허가를 받은 석면 해체·처리 면적은 총 2만8098.36㎡이다.

석면 해체 공정은 ▲석면지도 작성 ▲석면 철거업체 선정 ▲고용노동부 석면 철거 계획 신고·허가 ▲안전 조치 뒤 철거 ▲석면 먼지 잔존 여부 확인·관련 내용 노동청 신고 ▲이중 포장 전문 수송 ▲지정폐기물 처리·지자체 보고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해체 작업은 다른 철거 공정과 달리 부수는 방식이 아니라 석면 건축재를 일일이 분리해 깨지지 않도록 옮겨 비닐로 이중 포장해야 한다. 하지만 크기가 큰 석면 폐기물 파편이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해체 공정 전반의 총체적 부실을 주장했다.

또 해체하지 않은 건축물 사이에서 석면 폐기물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선 석면 지도 작성과정 또는 철거 과정에서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알고도 고의로 방치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단체는 현장은 전문 석면철거업체가 작업을 했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면서 당초 계약과 달리, 전문성 없는 하청사가 일반건물와 비슷하게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24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동구 학동 4 구역 재개발 현장 석면 조사' 분석 결과 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참사 발생 철거 현장에서 발견된 석면 폐기물 조각들. (사진=광주환경운동연합) 2021.06.24.

감리, 고용노동청의 허술한 석면 해체 관리·감독 문제도 강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감리가 한 번만이라도 석면 철거 현장을 둘러봤다면 시정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면서 "석면 철거 관련 허가·관리기관인 노동부의 현장 감독도 없었다"고 했다.

단체는 "잠시만 둘러봐도 이정도라면 학동 재개발 4구역 내 모든 석면 철거가 얼마나 엉망일지 우려된다"며 "지금이라도 현장을 대상으로 정밀 석면 폐기물 잔존 조사를 벌여 모두 걷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석면 철거계획·진행 기록도 모두 살펴서 불법·탈법사항을 규명해야한다고도 했다.

또 "석면폐기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반건축물 철거를 강행하면 작업자와 주변으로 석면 먼지가 확산,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주변의 상가, 거주지, 버스정류장, 지하철 역사 등에 대한 석면 먼지 오염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 1군(그룹1)이다. 흡입하면 10~50년 후 폐암·악성중피종·석면폐증 등의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광주와 전남에선 석면 피해 구제 제도가 시작된 201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석면 피해 신고자는 총 155명이다. 이 중 66.5%에 해당하는 103명이 피해가 공식 인정됐다.

피해 인정자 103명 중 질환별로는 악성중피종 65명(63%), 석면폐 22명(21%), 석면폐암 16명(16%) 등으로 집계됐다. 미인정자를 비롯해 석면 피해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57명에 달한다.
강희원 기자 kmetv8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