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논의 합의, 의미와 과제

호남권
광주·전남 통합논의 합의, 의미와 과제
연구용역·공론화·통합시기·청사 등 6개항 합의
인구 328만명, 지역총생산 115조원 큰그림
'티격태격 갈등행정'→'시·도 상생 신호탄' 되나
과제 '첩첩'…논의 숨고르기, 통합까지는 장기화
  • 입력 : 2020. 11.02(월) 15:26
  • 김노성 기자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 서명식'을 한 뒤 합의문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민환경방송]
"30여년 만의 통합이냐", "1+1=2, 3번째 실패냐".

이용섭 광주시장의 '깜짝제안'으로 지역사회 화두로 떠오른 광주·전남 통합 논의가 2일 논의 쟁점들에 대한 기초 합의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선 연구용역-후 시·도민 의견수렴, 통합 시점과 청사 문제 등 주요 쟁점에 이 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뜻을 같이 하면서 통합 주체인 광주시와 전남도 간의 불편한 난기류도 빠르게 안정을 찾게 됐다. 뒤늦게나마 통합의 불씨를 당겼다는 점, 통합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통합 방식과 청사 세부문제 등을 둘러싼 의견 조율, 지역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공직 사회 공감대 형성에 이은 주민투표, 지방자치법 개정까지 넘어야 할 산은 한 두 개가 아니다.

돌발성 제안 이후 뒤늦게 용역과 공론화를 거치는 '역주행 행정'과 설익은 통합 논의를 딛고 천년공동체인 광주와 전남이 상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통합을 이뤄낼 지 시·도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구용역·공론화·시기·청사 등 합의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이날 1년 간의 공동 연구용역, 6개월간 검토 후 공론화 절차 진행, 구체적인 통합 시기는 못박지 않고 청사 소재지는 현 부지에서 현재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통합 논의는 민간 주도로 진행하고, 행정은 이를 최대한 지원하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 개선 협력과 의과대학 설립 등 두 지역 현안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핵심 의제와 방식 등 통합 논의의 기본 로드맵에 시·도가 전격 합의한 것은 이 시장이 지난 9월10일,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대비 광주의 대응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시·도통합 카드를 떠내든 지 53일 만이다.

기초합의로 시·도 통합 논의는 시·도간 이견과 신경전을 뒤로 하고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인구 328만, GRDP 115조 '큰 그림'

이날 합의는 통합 논의의 첫 단추이자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분리된 지 30여 년만의 큰 그림을 그리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합쳐질 경우 인구 328만, 지역내총생산(GRDP) 115조2300억원의 '수퍼 지자체'로 거듭나 ▲대구·경북(512만, 165조) ▲부산·울산·경남(790만, 274조) ▲세종·대전(182만, 52조) ▲인천·부천·시흥·김포(472만, 133조) 등과 최소한 어깨를 맞대고 경쟁할 수 있다.

프랑스 '레지옹'(광역지자체)과 일본의 행정개편 등 세계적 추세인 지자체 초광역화와 메가시티 건설, 소지역주의 탈피와 갈등 해소와도 궤를 같이한다.

330만 통합인구를 등에 업고 중앙 정부와 정치권에 입김이 세질 수 있고, 지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행·재정적 낭비와 중복 투자는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지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구조개편이 시급하고 지방소멸을 막을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답할 수 있다.

◇'티격태격 행정'→'상생의 신호탄'되나

통합 합의는 시·도 간 갈등을 한꺼번에 녹이는 용광로까지는 어렵더라도 '한뿌리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상생 행정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는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도는 2018년 민선 7기 이후 군·민간공항 이전, 혁신도시 발전기금, 2차 공공기관(혁신도시 시즌2) 유치, 혁신도시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버스 노선, 교육행정구역 조정 등을 놓고 건건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러나 합의문 6번째 문항에 '통합 논의는 두 지역의 주요 현안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고 명시된 점에 비춰볼 때 통합 논의는 기존 현안, 즉 군·민간공항 이전 등과 같은 갈등 현안과는 별개로 '투 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넘어야 할 산 '첩첩'…논의 장기화 예고

이날 합의는 통합 논의의 시작점으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쌓여 있다. 1년간의 장기 연구용역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시·도민 의견 수렴,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직 종사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이은 주민투표, 지방자치법 개정까지 가시밭길이 만만찮다.

민선7기 들어 시·도 상생발전위원회가 단 두 차례만 열렸고,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아예 열리지 않은 점, 민선1기 1995년과 민선2기 2001년에 통합 논의가 잇따라 무산된 전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완전 통합은 빨라야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도 2020∼2022년 통합 준비기를 거쳐 2030년 통합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도시 위상과 관할 확대에 따른 주민자치 저하, 인사·재정권 재조정에 따른 힘겨루기, 도·농 불균형, 여기에 세수 감소와 기초의회 소멸에 따른 풀뿌리 약화, 공직사회 반발, 소모적 논쟁 시 예상되는 비난 여론 등도 걸림돌이다.

특히 특별자치도로 갈 경우 광역시가 특례시로 격하되고, 이에 따른 공무원들의 신분 변동과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도 숙제다. '아니면 말고'가 되지 않기 위해선 "상생과 신뢰가 급선무"라는 목소리 역시 높다.

지역 관가 관계자는 "준비 안 된 통합논의가 뒤늦게 본궤도에 오르긴 했으나,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의 시작이 돼선 안 된다"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막을 내릴 경우 결국 정치적 이해 타산에 따른 행정낭비 논란만 불러올 수 있는만큼 신중하면서도 꼼꼼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노성 기자 gmdfd883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