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어머니 아버지 전상서 / 시인 황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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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2일(금) 16:13
시인 황주석
어머니 아버지 전상서

시인 황주석

 
어머니 아버지 저 여기 왔어요

날개 접은 흰옷 두 천사님
마주 서서 기도하는 여기에
제가 또 왔어요

지난번 찾아뵙고
그날이 멀다 싶어
부랴부랴 또 왔어요,

먹다 버린 복숭아씨가
다시 살아
자라나고 있는
나무 옆에 앉아서
무정히 스치는 세월이야
혼자 가거라 하고

어머니 아버지
꼭 한 번만이라도
더 보리란 맘을 싹 틔우며
앞으로는 꼭 자주자주
찾아 뵈오리라 다짐합니다

저만치 서녘이 식어가며
발악하는 강렬한 노을빛,
눈부셔 눈이 감겨도
젖어있는 내 눈망울을
알아챘는지
최면치료라도 받은 듯이
맘이 편안해집니다.

맞아 나는 착하지,
나는 효자일 거야.
스스로 자화자찬을 하면서
말이에요.
 
제 이런 행동이
진정 부모님을
공경함인지 사랑함인지
내 이제 진갑쯤에
자식들에 의지하려 함인지는
아직은 모르겠어요

지금 여기는
하늘이 열을 내리면서
바람이 일어요

떡갈나무는
숨겨 두었던 웃음을
맘껏 소리쳐 웃네요

허엿허엿 녹색녹색 하더니
이제 자작자작거려요

돌 벤치에 앉아있는
나의 뒷머리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가네요

추억과 사랑과 그리움,
가끔은 두려움도
보인답니다

이제는 어머니
아버지의 귀한 자식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집으로 가야겠네요

여기에선 살 수가
없잖아요
 
제가 가서 전화치고
문자 보내고
혼쭐을 내서라도
오늘 하루도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
지켜보렵니다

옛날처럼
어머니 아버지도
다투시지 마시고
잘 지내세요

부부는 싸우면
안 된다고,
오래 전 어머니
아버지의 손자들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 후론 저도
확실히 부부지간에
맞춰 가면서 살아왔어요

부탁드려요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사이좋게 잘 지내세요

이제는
어둑어둑해지네요

서둘러 가야겠어요

다음에
만날 때 까지
안녕히 쉬고계세요

몸은 비록 멀리 있어도
마음만큼은
어머니 아버지랑
함께 함을
아시잖아요

이 세상
다할 때까지
사랑합니다.

두고두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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