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년 연속 0%대 저물가…그래도 서민 물가는 올랐다

올해 소비자물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0%대 상승
글로벌 경기침체에 국제유가 하락…내수 수요 위축
근원물가도 바닥…IMF 직후 1999년 이래 최저 상승
소비·투자 축소→고용부진→경기침체 악순환 우려도

김민국 기자 kmetv8114@naver.com
2020년 12월 31일(목) 11:43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2(2015=100)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지난해(0.4%)에 이어 2년 연속 0%대 상승이다.
[국민환경방송 김민국 기자]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물가상승률이 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하강 사이클이 길어지고 있는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수요 침체가 반영된 결과다. 우리 경제에 '저성장 저물가' 구조가 만성화되는 모습이다. 2년 연속 0%대 상승은 우리 경제에 처음 있는 일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5%에 그쳤다. 작년(0.4%)에 이어 2년 연속 0%대를 기록한 건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그친 적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과 2015년(0.7%), 작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올해 물가 상승압력을 낮춘 주범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두바이유가 배럴당 평균 42.08달러로 전년 대비 33.8% 하락하는 등 국제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석유류 가격은 7.3% 하락해 2016년(-8.1%) 이후 최대폭으로 낮아졌다. 석유류를 포함한 전체 공업제품 역시 0.2% 하락했다.

감염병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외식 등 대면서비스업종의 부진을 낳았고 이는 고스란히 물가에 반영됐다. 외식 물가는 올해 0.8% 상승에 그쳐 최근 5년간 평균(2.1%)에 한참 못 미쳤다. 또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9%)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즉 PC방이나 볼링장 이용료 등 여가·문화생활 물가도 1.5% 상승에 그쳐 역시 5년간 평균 상승률(2.2%)을 밑돌았다. 전체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폭은 1.2%로 2012년(1.1%)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고교 무상교육 확대, 코로나19로 인한 통신비 지원 등이 공공서비스(-1.9%) 물가를 낮추는 등 정부의 복지정책이 공급 측면의 물가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바닥을 기었다.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0.7% 상승해 1999년(0.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0.4%로 역시 1999년(-0.2%)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 와중에 물가를 떠받든 건 소위 서민 물가로 꼽히는 장바구니 물가였다.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6.7%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52%포인트(p) 끌어올렸다. 이는 2011년(9.2%)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장마와 집중호우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배추(41.7%), 양파(45.5%), 사과(7.7%) 등의 가격이 오른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10.7%), 국산 쇠고기(8.3%), 고등어(12.8%)값도 고공행진을 부추겼다.

집값도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달 집세와 전세도 각각 0.7%, 0.9% 상승했다. 올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흐름이다.

이처럼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바닥을 기면서 향후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민간소비·투자 축소→고용 부진→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내년에 점진적으로 내수가 회복하면 물가 흐름도 차츰 정상 경로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통신비 인하 등 정부 정책 요인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만큼 내년에는 물가 상승압력도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국 기자 kmetv8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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